동상이몽

     

        티타늄 화이트 (1)

     

      동상이몽

     

     그림을 그리는, 혹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물감 진열대 앞에서 서성거릴 일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빨강, 파랑, 녹색 같은 대표적인 색이름만 아는 누군가가 우연히 물감 진열대의 색 하나하나를 눈여겨 보게된다면  제일 처음 다가오는 감정은 아마도 경이로움과 당혹스러움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색 이름만 덩그러니 적혀있는 물감튜브는 정작 하나도 없는 데서 오는 당혹스러움과 뇌의 한구석에 무의식적으로만 존재하던 세상의 모든 스펙트럼이 미처 인식되기 전에 눈앞에 순식간에 펼쳐지는 데서 오는 아득한 경이로움이 혼재되어 잠시 우리 시선을 압도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놀라움을 잠시 뒤로하고 정신을 차리고 하나하나 물감을 들춰보다 보면 방금전의 놀라움은 다소 건조하게 라벨에 붙어있는 물감 이름들 때문에 이내 사그러지게 되기 십상입니다. 기대만큼 물감 이름이 낭만적이지도, 예술적이지도 않거든요. 어감부터 매우 삭막합니다. 그냥 자신의 출신성분이 이름이 된 경우가 허다합니다. 쉽게 말하면 본인의 부모 이름이 본인의 이름이 된 경우지요. 앞에서 살펴본 징크(아연)도 사실 그런 경우에 하나입니다. 그런 이름들이 많지만, 제 생각에는 그 중에서도 제일 삭막한 이름 중에 하나는 역시 티타늄 화이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티타늄 화이트의 완전한 백색을 언뜻 보기라도 한다면 그런 무미건조한 이름은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티없는 백색에서 풍기는 인공적인 체취는 역설적으로 꼭맞는 옷을 입혀준 느낌으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티타늄 화이트 역시 근래에 제조된 많은 다른 안료들처럼 금속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예상한대로 티타늄이라는 금속에서 나온 산화 티타늄, 혹은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라고 불리우는 물질로 만들어졌습니다. 티타튬은 잿빛이지만,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는 눈부신 흰색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요. 티타늄은  그 이름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소 무거운 아우라에 걸맞게 현재 항공기나 무기 등에 주로  많이 쓰이는 한편,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는 흰색 물감이나, 흰색 착색제, 치약, 자외선 차단제 등에 쓰이고 있습니다.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티타늄의 쓰임새는, 조금 비약을 하자면, 그 이름에서 연유한 면이 있습니다.

     

    Martin H. Klaproth

     

     티타늄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1791년 영국의 그레고르 (

    William Gregor) 

    라는 목사였지만, 정식으로 원소를 확인하고 이름을 붙인 사람은 독일 화학자 클라프로트 (

    Martin H. Klaproth) 

    였습니다. 클라프로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자신이 발견한 물질에 티탄(titan) 이르는 이름을 붙였는데, 티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종족의 이름입니다. 흔히 우리가 아는 제우스 등의 올림포스 신들의 바로 윗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제우스 이전의 이른바 '황금시대'를 다스렸던 신들의 이름입니다. 신화의 거의 맨 앞에 나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us)와 땅의 여신 가이아(Gaea)에게는 6명의 아들과 6명의 딸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바로 '티탄'이라고 통칭하였습니다. 견강부회를 하는 면이 있지만 티타늄, 즉 티탄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두 넉넉히 품고 있는 셈입니다. 이름값을 하느라 그랬는지, 하늘과 땅을 지배하는 항공기, 선박, 무기 등에 두루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티타늄은 아주 단단하고, 가볍고, 녹는점이 높고 내부식성이 아주 큰 물질입니다. 강철보다 40%정도 가벼우면서도, 합금으로 쓰이면 알루미늄 합금보다 2배나 강해서 용도가 아주 다양합니다. 지금은 60% 정도는 항공산업에, 나머지 40%는 아주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특이하게 생채 적합성이 탁월하여 인공관절, 치과 임플란트, 안경테, 반지 등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티타늄 합금 반지

     

     이제 다루게 될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는 특히 실생활 주변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불투명한 흰색으로 신체에 해가 없어서 안료, 종이 코팅, 식품, 치약, 법랑 등에 주로 쓰이는 한편, 자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대표적으로 자외선차단제로 앞에서 살펴본 산화아연과 혼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티타늄 다이옥사이드

     

     여러 용도가 있지만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는 대부분 안료로 사용되어지는데, 그 눈부신 흰색의 비밀에 대해 이제 한번 캐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사이트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44&contents_id=7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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