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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화이트

     

        

       티타늄 화이트 (2)

     

       20세기 화이트

     

     티타늄 화이트는 1921년에 들어서야 전문가용 유화물감으로 출시되기 시작한 진정한 20세기의 안료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도 1960년대라고 하니, 사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티타늄화이트가 등장하기 이전의 대표적인 화이트는 연백과 징크화이트 정도였는데, 징크화이트는 여러 장점을 두루 갖춘 백색이었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연백을 완벽하게 대체할만한 화이트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로인해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중반까지도 연백이 화이트의 대명사로서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는데, 독성으로 인해 현재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연백의 생산과 사용이 금지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유화물감으로 연백이 조금씩 생산되고 있고, 또 찾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시간을 뛰어넘는 연백의 매력이 상당한 듯 합니다.

     

     

    금홍석

     

    타이타늄철석

     

     티타늄은 주로 금홍석(rutile)과 타티타늄철석(ilmenite)라는 광석에서 생산됩니다. 티타늄이 발견된것은 1821년 이었지만, 화학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어서 쉽게 화학반응이 되지 않아 20세기 들어서야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를 산출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1908년 처음 미국에서 티타늄 다이옥사이드 생산이 시도되었고, 본격적으로 흰색 안료로 가공하여 생산된 것은 1916년 미국 뉴욕의 나이아가라폭포(Niagara Falls)라는 회사와 노르웨이의 타이탄(Titan A/S) 에서 였는데, 당시 티타늄 광석의 주된 산지가 노르웨이였기 때문에 다른 안료와는 달리 노르웨이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 티타늄 다이옥사이드의 가공 생산은 주로 미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노르웨이 티탄 사(社)

     

     티타늄 화이트는 무엇보다 그 완벽한 불투명함으로 우수한 도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입니다. 징크화이트가 비교적 투명한 백색이어서 혼색에 쓰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티타늄은 거의 완벽하게 연백을 대신할 수 있는 백색인 셈입니다. 거기에 다른 부작용이나 갈라짐없이 착색력도 훌륭할 뿐 아니라, 티타늄 다이옥사이드의 굴절 지수가 탁월하여 뛰어난 발색력을 지녀 빛나는 백색을 캔버스 위에 구현할 수 있는 거의 흠없는 화이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안정된 성질 덕에 황변이나 흑변등의 변색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어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일과의 혼합에도 용이하여 처음에 수채화로밖에 생산될 수 없었던 징크에 비해 처음부터 오일칼라로 생산될 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 티탄사의 광고

     

     반면, 완벽한 불투명함은 다른 색과 같이 쓰일 때 단점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흔히 '색이 먹힌다'고 표현하는데, 다른 색들과 섞일 때 티타늄이 너무 세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같이 사용된 색이 처음의 색과 다르게 변색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효과를 위해 티타늄과 혼색할 때에는 변색의 가능성을 조금은 염두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다른 티타늄의 단점으로는 건조 후에 표면이 거칠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백아현상이라고도 합니다. 푸석푸석해져서 스폰지현상이라도 하는데요, 1950년대 즈음에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징크와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징크와 티타늄의 혼색은 백아현상을 없애서 건조 후의 질감을 더 부드럽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다소 뻑뻑한 티타늄화이트의 질감을 완화해서 붓질을 용이하게 해주는 미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징크의 속성으로 인해 티타늄 단독으로 사용되었을 때 보다 더 황변을 막아주는 장점이 있어 요즘에도 사용되고 있는데요, '퍼머넌트 화이트 (permanent white)'나 '티타늄징크 화이트' 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출시되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윈저뉴튼 티타늄 화이트

     

     

     

     결점이 거의 없어보이는 티타늄의 등장 이후에도 앞서 말한대로 연백을 찾고 있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즉, 티타늄이 극복할 수 없는 연백만의 매력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사용에 무리가 없을만큼의 유연성을 둘다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호도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색조입니다. 티타늄은 일반적으로 연백보다 더 밝고, 중성적입니다. 가장 차가운 톤을 가진 징크와 비교적 따뜻한 색조를 지닌 연백의 중간쯤 된다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연백을 다룰 때 언급했듯이, 그런 연백의 톤이 고전적인 유화와 너무도 잘 어울렸을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특히 피부톤과 같이 불투명하고 미묘한 맛을 내는데에는 그 어떤 화이트도 범접할 수 없는 장점을 연백이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색조의 차이 이외에 티타늄은 일반적으로 도포력이나 불투명성, 빛의 반사력으로 인한 발색력은 연백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랑받는 백색물감이 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감의 질감에 있어서도 조금 차이를 보이는데, 티타늄은 연백보다 부드러운 반면, 연백은 보다 무겁고 농도있는 질감이 있어 필름의 저항력이 보다 큰 편입니다. 그래서, 두꺼운 질감을 표현할 때는 연백이 더 유리하나, 고전적인 유화의 시대가 지난 지금은 적어도 질감의 측면에서는 다양한 효과가 가능한 티타늄이 사용하기에 용이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세기 백색안료의 대표인 티타늄화이트는 안전성과 우수한 표현력으로 현재에 가장 사랑받는 백색물감입니다. 단순히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더 좋은 백색'의 출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풍경은 20세기 초반 티타늄화이트의 등장에 발맞추어 더 중성적이고, 인공적으로 변한 듯 합니다. 티타늄화이트의 영역을 더 넓혀주려고  일부러 그랬던 듯이 말이지요. 그리고, 더 다변화된 세상의 변화에 걸맞게 티타늄화이트의 용도도 더 화려화게 빠레뜨 위에서 변주되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가장 우리에게 가까운 화이트로서의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그 위치에 도전장을 내밀 안료는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사이트

    http://www.gamblincolors.com/newsletters/getting-the-white-righ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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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이몽  (0) 2015.06.22

    동상이몽

     

        티타늄 화이트 (1)

     

      동상이몽

     

     그림을 그리는, 혹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물감 진열대 앞에서 서성거릴 일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빨강, 파랑, 녹색 같은 대표적인 색이름만 아는 누군가가 우연히 물감 진열대의 색 하나하나를 눈여겨 보게된다면  제일 처음 다가오는 감정은 아마도 경이로움과 당혹스러움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색 이름만 덩그러니 적혀있는 물감튜브는 정작 하나도 없는 데서 오는 당혹스러움과 뇌의 한구석에 무의식적으로만 존재하던 세상의 모든 스펙트럼이 미처 인식되기 전에 눈앞에 순식간에 펼쳐지는 데서 오는 아득한 경이로움이 혼재되어 잠시 우리 시선을 압도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놀라움을 잠시 뒤로하고 정신을 차리고 하나하나 물감을 들춰보다 보면 방금전의 놀라움은 다소 건조하게 라벨에 붙어있는 물감 이름들 때문에 이내 사그러지게 되기 십상입니다. 기대만큼 물감 이름이 낭만적이지도, 예술적이지도 않거든요. 어감부터 매우 삭막합니다. 그냥 자신의 출신성분이 이름이 된 경우가 허다합니다. 쉽게 말하면 본인의 부모 이름이 본인의 이름이 된 경우지요. 앞에서 살펴본 징크(아연)도 사실 그런 경우에 하나입니다. 그런 이름들이 많지만, 제 생각에는 그 중에서도 제일 삭막한 이름 중에 하나는 역시 티타늄 화이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티타늄 화이트의 완전한 백색을 언뜻 보기라도 한다면 그런 무미건조한 이름은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티없는 백색에서 풍기는 인공적인 체취는 역설적으로 꼭맞는 옷을 입혀준 느낌으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티타늄 화이트 역시 근래에 제조된 많은 다른 안료들처럼 금속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예상한대로 티타늄이라는 금속에서 나온 산화 티타늄, 혹은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라고 불리우는 물질로 만들어졌습니다. 티타튬은 잿빛이지만,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는 눈부신 흰색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요. 티타늄은  그 이름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소 무거운 아우라에 걸맞게 현재 항공기나 무기 등에 주로  많이 쓰이는 한편,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는 흰색 물감이나, 흰색 착색제, 치약, 자외선 차단제 등에 쓰이고 있습니다.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티타늄의 쓰임새는, 조금 비약을 하자면, 그 이름에서 연유한 면이 있습니다.

     

    Martin H. Klaproth

     

     티타늄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1791년 영국의 그레고르 (

    William Gregor) 

    라는 목사였지만, 정식으로 원소를 확인하고 이름을 붙인 사람은 독일 화학자 클라프로트 (

    Martin H. Klaproth) 

    였습니다. 클라프로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자신이 발견한 물질에 티탄(titan) 이르는 이름을 붙였는데, 티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종족의 이름입니다. 흔히 우리가 아는 제우스 등의 올림포스 신들의 바로 윗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제우스 이전의 이른바 '황금시대'를 다스렸던 신들의 이름입니다. 신화의 거의 맨 앞에 나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us)와 땅의 여신 가이아(Gaea)에게는 6명의 아들과 6명의 딸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바로 '티탄'이라고 통칭하였습니다. 견강부회를 하는 면이 있지만 티타늄, 즉 티탄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두 넉넉히 품고 있는 셈입니다. 이름값을 하느라 그랬는지, 하늘과 땅을 지배하는 항공기, 선박, 무기 등에 두루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티타늄은 아주 단단하고, 가볍고, 녹는점이 높고 내부식성이 아주 큰 물질입니다. 강철보다 40%정도 가벼우면서도, 합금으로 쓰이면 알루미늄 합금보다 2배나 강해서 용도가 아주 다양합니다. 지금은 60% 정도는 항공산업에, 나머지 40%는 아주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특이하게 생채 적합성이 탁월하여 인공관절, 치과 임플란트, 안경테, 반지 등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티타늄 합금 반지

     

     이제 다루게 될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는 특히 실생활 주변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불투명한 흰색으로 신체에 해가 없어서 안료, 종이 코팅, 식품, 치약, 법랑 등에 주로 쓰이는 한편, 자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대표적으로 자외선차단제로 앞에서 살펴본 산화아연과 혼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티타늄 다이옥사이드

     

     여러 용도가 있지만  티타늄 다이옥사이드는 대부분 안료로 사용되어지는데, 그 눈부신 흰색의 비밀에 대해 이제 한번 캐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사이트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44&contents_id=7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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