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이면

     

          연백 (5)

     

       물감으로서의 연백

     

     21세기 들어 대부분 납중독의 위험 때문에 연백의 생산과 판매가 금지되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림물감으로서의 안료는 언제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 수요가 일반적이거나 많은 양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이 금지되었다는  것은 곧 산업용 도료로서의 생산이 금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따지고보면 연백이 회화에 사용되어진 총량은 사실 얼마되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연백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은 역설적이게도 과거에 그려진 회화작품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그런 점이 또 산업과 예술의 차이점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연백은 그림물감으로서도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19세기에 징크화이트가 나오기 전까지 서양에서 가장 많이 쓰인 백색이 연백이라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서양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딱히 대안이 없기도 했겠지만, 연백이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은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앞에서 본 Stack Process 를 재현한 Natural Pigment 사가 본인들이 만든 연백을 홍보하기 위해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걸 보면 연백이 화가들이 왜그리 좋아했는지 대충 느낌이 옵니다.

     

     

     

     

     
     연백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는 것은 일단 건조시간이 빠르고, 습기에 강해 부패에 강하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건 회화용 뿐 아니라 산업용 안료에도 강한 강점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는 특성들이지요. 회화용으로 보았을 때 연백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부드러우면서도 점성이 좋아 위의 동영상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붓놀림에 따라 활용하기가 아주 좋다는 것입니다. 그 특유의 유연하면서도 견고한 필름이 유화의 조형성에는 그냥 보기에도 아주 적합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런 특성으로 인해 건조 후에도 갈라짐이 없을 뿐 아니라 밀도와 불투명성이 좋아 캔버스의 밑칠용으로도 자주 애용되었습니다. 특히 유화용 건성유와 섞여졌을 때는 그 장점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유화용으로 아주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출처 : www.jacksonsart.com>

    </출처>

     

    색감적인 면에서는 불투명하기도 하고, 다른 화이트와 비교해봤을 때 비교적 따뜻한 톤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브랜드마다 조금씩 톤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징크와 티타늄과 비교해보면 아주 미세하게 reddish-yellow 톤이 서려있다고 합니다. 

     

     검색을 하다가 Julie Susanne 라는 사람의 블로그에서 연백의 혼색실험을 한 사진을 발견하였는데,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출처: juliesusanne.blogspot.kr>

    </출처:>

     

     프러시안 블루와 세개의 화이트를 같은 양을 사용하여 혼색을 했는데, 프러시안 블루는 Gamblin 사의 제품을 사용하였고, 티타늄과 징크는 우리나라에도 얼마전 들어온 Williamsburg 사의 제품을, 그리고 연백은 미국의 RGB 사의 제품을 사용하였습니다. RGB 사도 Natural Pigment 사와 같이 과거의 방법으로 수제로 물감을 만드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연백과 혼색한 색이 색의 톤에서는 징크보다 우월하고 채도에서는 티타늄보다 훌륭하다는 것이 느껴지는군요. 각자의 취향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 사진만으로도 고전적인 유화에서 흰색을 사용할 때 연백만큼 적당한 색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들기도 하는군요.

     

     화이트는 자연조명이나 그림의 하이라이트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었는데, 대상의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했고, 그 빛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당시에 연백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연백은 많은 화가들에 의해 사용되었지만, 보통 Dutch Process와 연관하여 네덜란드 화가인 렘브란트 (Remnrandt,  1606~1669)가 자주 인용되어집니다. 아마도 연백의 상징적인 본거지인 네덜란드에서 연백의 전성시대에 활동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렘브란트의 작품들이 어둠과 빛을 효과적으로 사용하 대표적인 화가이고, 연백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화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목욕하는 여인 <렘브란트, 1654, the national gallery, london>

    </렘브란트,>

     

     렘브란트 뿐 아니라 당시의 모든 화가들이 빛을 표현하기 위해 연백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특히 왼쪽에서 들어오는 빛의 구도는 당시 그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특히 렘브란트의 작품에 쓰인 연백의 질감은 당시의 다른 작가들의 것보다도 섬세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정물이 유행하였는데, 대부분의 정물화에서 하이라이트나 생생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연백이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Willem Claesz Head, 1635, Rijksmuseum, Amsterdam

     

     

    Osias Beert, 1608, Staatliche Museen, Berlin

     

     

     빛을 비롯하여 식탁보의 질감이나 컵이나 과일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모두 연백이 효과적으로 쓰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9세기에 들어서면 유럽 대륙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연백이 매우 흔한 재료가 되었는데, 19세기 미국 작품 중 제임스 맥닐 휘슬러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의 대표적인 작품인 '하얀색 교향곡'에는 연백이 그림 전체에 사용되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얀색 교향곡 1번 <1862,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1862,>

     

    19세기 대표적 미국 작가인 휘슬러는 주로 영국에서 활동하였는데, 위의 작품에서는 모델의 흰색 옷과 주름을 표현하기 위해 거침없이 연백을 사용하였습니다. 휘슬러는 1896년 암에 걸려 죽는데, 연백을 즐겨 사용하던 휘슬러가 납가루를 너무 많이 흡입하여 결국 암에 걸려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납중독으로 죽음에까지 이른 예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연백을 이야기할 때 역시 납중독의 역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에는 이 납중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사이트

    http://en.wikipedia.org/wiki/White_lead

    http://www.jacksonsart.com/blog/2013/09/27/michael-harding-lead-white-is-what-the-old-masters-would-have-used/

    http://juliesusanne.blogspot.kr/search/label/White%20Paint

    http://www.essentialvermeer.com/palette/palette_white_lea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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