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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백 (3)

     

        연백 제조의 변천사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 연백의 제조방법은 후대의 네덜란드 제조법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거의 동일합니다. 납을 습기와 이산화탄소와 아세트산의 증기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주면 납 표면에 연백이 형성되는 원리입니다. 아세트산은 납을 염기성 아세트산납으로 변화시켜주고, 이산화탄소는 아세트산납을 염기성탄산납으로 분해시켜 주는데, 이 염기성탄산납이 바로 우리가 연백이라고 부르는 물질입니다. 화화식으로는 2PbCO3,Pb(OH)2 입니다. 물감 공부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벽이 이 화학식인데요, 저도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니 그냥 짚어만 두는 정도로 하겠습니다.^^

     

    연백은 고대 문명 곳곳에서 사용 흔적이 발견되어지는데,  고대 그리스에서는 B.C 400년 경에서부터 화장품으로 쓰였고, 고대 이집트나 중국에서는 안료로 쓰였습니다. 화장품과 안료로서의 연백은 현재에는 그 폐해 때문에 거의 사라졌지만, 꽤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근래에까지도 동서양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고대에 연백의 제조에 대해 언급한 이들을 말할 때 보통 고대 그리스 시대의 테오프라스투스(Theophrastus), 로마의 비트루비우스(Vitruvius), 그리고 플리니우스(Plinius) 이 세 사람을  꼽습니다. 특히 고대 로마에 와서는 연백의 생산과 판매가 매우 활성화되는데, 위에 언급한 세 사람 중 로마시대의 군인이자 학자인 플리니우스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본인의 저서 <박물지(Naturalis Historiae)>에서 안료로서의 연백에 대해 최초로 문헌에 기록했습니다. 연백은 라틴어로는 세루사(cerussa)로 불리웠는데, 후에 여기에서 파생되어 영어로는 시루스(ceruse) 혹은 세루사이트 (cerussite) 라고 불리웠습니다. 플리니우스는 연백은 기본적으로 광물질인 천연 세루사에서 얻는다고 언급하면서도 현재(그러니까 그 당시인 로마시대이겠죠) 모든 연백은 납과 식초를 통해 만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연백은 백연광(아마도 연백이 추출되는 광물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듯 합니다)을 가열하여 얻을 수 있는데, 그 양이나 효율면에서 매우 미비하여 고대에서부터 거의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백연광 (cerussite) <출처: www.mineralmasterpiece.com>

    </출처:>

     

     

     

    플리니우스가 제시한 연백 제조는 위에서 살펴본 stack process와 거의 비슷합니다. 말하자면 Stack Process 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분뇨로 열과 이산화탄소를 공급해주는 과정이 생략된 채, 그저 납 조각을 강한 식초 위에 얹어 놓거나, 혹은 식초 안에 푹 담가 하얀 분말 즉, 연백이 생길 때마다 긁어 햇볕에 말린 후 분말로 빻아 체로 거르는 과정을 납이 모두 산화되어 없어질 때까지 반복했다는 것입니다. 납을 단순히 식초로 자연산화 시켰다고 볼 수 있는데, 그 과정만으로도 꽤 오랜 시간동안 무리없이 연백을 제조해 사용한 것 같습니다. 

     

    분뇨가 사용된 예는 10세기 전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에라클리우스 (Eraclius) 라는 사람의 초기 저작에서 잠시 발견되기도 하는데, 12세기 들어서 테오필루스(Theophilus)라는 수사가 언급한 연백 제조 방법에서는 열과 이산화탄소의 공급원으로서 분뇨를 사용할 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당시에 테오필루스가 이산화탄소의 역할을 제대로 인지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온도를 올려주기 위한 방편만으로 제시했다 할지라도 꽤 위대한 발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때부터 19세기에 이르는 기나긴 시간동안 차용된 연백 제조 방식이 이 당시에 거의 확립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후에 식초는 발효된 포도주를 사용하기도 하고, 분뇨는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찌꺼기 등을 쓰기도 했습니다.

     

     

     한편, 분뇨를 연백 제조에 사용하기 전에는 그저 납을 식초로 산화시키는 과정만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과정이 생략되었습니다. 그래서, 과연 이것이 연백인가 하는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당시의 납은 정제가 잘 되지 않아 불순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 불순물이 납과 함께 산화되는 과정에서 연백 형성에 충분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을 것이라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식으로 점차 발전된 연백의 제조는 16세기에 이르러 앞에서 살펴본 Dutch Process 혹은 Stack Process 라는 이름으로 후대에 불려지는 방식으로 그 생산체계를 굳혀나가 산업혁명 시기를 지나며 대량생산 방식으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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